간만에 일기

일기라는 걸 써본 지 오래 되었다.

한때는 블로그에 정말 열심히 기록을 남겼고 트위터도 열심히 썼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을 적기가 어려워졌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밖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달까. 특히 최근 몇 달은 일이 내 삶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일 얘기는 지난 일이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이든 앞으로 할 일이든 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짬짬이 뭔가를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언젠가 잊지 말자는 느낌으로 몇 가지를 적어보면…

[1] 인생 테크를 바꾼 뒤로 삶이 참 역동적이다. 테크 바꾼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너무 역동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안 그래도 빠르게 변하는 판의 격동기에 뒤늦게 들어와서, 어떻게든 앞에 있으려 하지만 가끔 힘에 부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빨간 퀘스트’들. 끝마쳤을 때 보람차고 성장도 많이 할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가끔 좀 버겁다. 자기 만족에서 오는 자기애가 결국 내 삶의 연료인데, 내 기대만큼 혹은 내가 하겠다고 한 만큼 내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역시 많이 아쉽다. 특히 머리로 알고 말과 글로 얘기하는 것에 비해, 실제 내 손발이 못 따라간다는 느낌이 들 때는, 자괴감도 들고 내가 할 줄 모른다고 해서 흔히 얘기하는 바퀴를 다시 발명하는 것에 힘을 쏟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결국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주겠지만.

[2] 작년 상반기에는 운동을 꽤 열심히 했는데, 작년 말부터는 이런 저런 여건이 바뀌면서 운동을 거의 못했다. 식단에 대한 자제력도 다시 사라졌다. 내 몸의 근육은 모조리 초기화되었고, 작년에 새로 샀던 옷들이 몸에 끼기 시작했다. 예전 옷들 다 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운동은 결국 동기 부여가 가장 중요한 건데, 혼자서는 역시 그게 쉽지 않다.

[3] 당장 눈 앞의 일이 많다 보니 요샌 공부도 거의 못하고 있다. 책도 쌓이고 뉴스리더에 새 소식들도 끊임없이 쌓인다. 한 달 정도 새 소식들을 거의 못 보고 있자니 시야가 너무 좁아진 느낌이다. 이제는 슬슬 나만의 한우물 하나는 갖고 있을 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전방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끊임없이 사이렌을 울려댄다.

[4] 그리하여 요새 일 외의 즐거움은 레고질이다. 석사 초반에 미친 듯이 음반을 샀던 것처럼 박사 초반에 미친 듯이 어항 관련 일을 벌였던 것처럼 레고를 하고 있다. 손맛도 있고 모으는 재미도 있으며 갖고 노는 즐거움도 있다. 하지만 새 레고를 사는 주기가 짧아지는 걸 보니, 이것도 오래 가진 못할 모양이다. 올해 말 쯤에는 해수 어항을 시작해볼까.

[5] 글도 그렇지만 요샌 정말 다른 쪽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원래도 그랬지만, 좀 더 노골적으로 자기 중심적이 됐달까. 아내에게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 일단 이 빨간 퀘스트 하나 끝내고 좀 봅시다…